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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유아교육법에 대한 한국보육교사회 입장 분류 : 정책제안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877
등록일:
2001년 04월 10일
유아교육법에 대한 한국보육교사회 입장

지난 1월 교육인적자원부(구 교육부)는 유아학교체제의 만 5세아 유치원 무상교육 실시를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안'을 3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아교육의 정상화와 공교육의 실현을 주장하며 발표된 유아교육법안 제정 논의는 그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동일 연령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면서 각자 다양한 경로로 발전해온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시행여부와
상관없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보육교사회는 몇 년동안 계속되어 온 유아교육법 제정 논의에 대해 본회의
입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명해 왔으며 이제 다시 한번 현재 제기되고 있는
유아교육법의 내용에 대한 본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유아교육법 제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의 문제에 앞서 취학
전 영유아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사회의
시민을 교육하고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각계의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 그리고 양육의 주체인 부모가 서로 협력하여 다양한 논의가 민주적이고
열린 구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서로를
영유아보육의 공동의 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파트너로써 인식하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책임 있는 논의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5세아 무상보육은 모든 아동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3월 임시국회에 제출 예정인 유아교육법에서는 만 5세아 유치원 무상교육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아기부터 아동의 개별 가정환경의 차이로 인한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고 인적자원 개발로서 유치원 교육을 고민, 전개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국가와 사회가 육아의 책임을 나누어져야 한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5세아를 위한 모든 형태의 지원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평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헌법 제11조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유치원을 다니든 보육시설을 다니든 무상보육의
혜택은 차별 없이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유치원·보육시설 일원화 반대
현재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유·보 일원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합니다.
유·보 일원화는 아동을 0-3세 미만, 3-7세 미만으로 구분하여 보육시설과
유치원이 각각 전담하자는 것입니다. 연령별 유아교육기관의 단일화를 통해
소관부처의 인적·물적 자원의 중복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국가 인적자원
관리체제의 기본틀을 유아기에서부터 체계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그러나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목적, 역할은 다르며, 그에 따른 운영방식이나
시설의 환경 역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유치원이 취학 전 연령의
아이들에게 교과과정을 통한 교육활동을 주로 제공해 왔다면 어린이집은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 가정을 대신하여 건강, 영양, 안전과 연령별 발달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습니다. 어린이집의 시설이 조리실, 낮잠 등이
가능한 휴식공간 등을 모두 포함하며 가정과 같은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유치원은 교실이라는 교육활동을 주로 담당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종일제 운영을 하는 어린이집의 하루일과는 아이들의 리듬에 맞추어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진행되며 오후시간은 다양한 놀이 활동과 간식시간, 낮잠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형식적 통합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처한 개별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편의주의로
문제를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교육부와 복지부의 성의 있고 일관된
행정적 관리와 지원 및 긴밀한 공조가 밑받침된다면 오히려 기존 유아기관들이 그 목적과 특성에 맞는 교육과 운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유아학교 체제로의 학제화 반대
유아교육법안의 내용은 현재의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라는 명칭의 사용은 초등학교 취학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교육기관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분명 유아교육의 혜택이 모든
아동에게 돌아가야 되겠지만 가정에서 또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고자
하는 가정의 요구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학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될 경우 유아학교가 아닌 기관에 다니는 아동들은 공교육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과 불안감을 가질 것입니다.
만약 유치원을 학제에 편입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였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유아교육, 보육기관을 학제화한다는 것은 법에서 정하는
교육일정과 교육과정, 운영방법 등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며 이 결과 다양한 교육적 시도들이 차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아학교가 초등학교 입학전의 준비단계로 인식된다면 결국 유아학교는 유아기에 필요한 전인적인 발달에 맞는 교육보다
초등학교 수업을 받는데 필요한 한글, 숫자, 영어 등 인지교육 중심으로 운영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음악, 미술 등 특기교육까지 유아학교 일과시간내에서
모두 해결하겠다는 것은 부모들의 또 다른 조기교육열풍을 무원칙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영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 균형 있는 영양, 바람직한 생활습관의 형성과 발달수준에 맞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놀이와 교육활동입니다. 이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굳이 학교라는 제도의 틀을 빌려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아기관이 필요합니다.
현대사회는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중 보호자 한쪽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아동이 방치되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에 따른
기혼여성의 취업률도 증가하고 있어 가정을 대체할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이혼율 증가로 한 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도
무시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직업의 근로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어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아기관의 필요성을 요구되고
있습니다. 유아학교로 단일화된 교육기관으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담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사회의 다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다양한 운영방식과 그 특성별 교육이
진행되는 유아기관들이 오히려 이 시대에 요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유아교육법 제정과 관련한 여러 단체들의 의견이나 움직임들을 보고
혹자들은 자기들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혹독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평가를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서있는 곳이 유치원이든
보육시설이든 간에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는 일원화를 통한 행정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는
효율성이나 편의주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유난히 사립의존도가
높은 우리 유아교육계의 현실에 대한 분석과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 모색,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의 열린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마련되었을 때 진정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